이제 슬슬 시차적응도 되고 더 바빠지기 전에 코코니 리뷰 적어야지, 했다가 엊그제 타키의 은퇴 소식을 들은 후 적잖이 충격을 받고 멍 때리다 끄적거린다.
1997년 가을, 중딩이었던 어느 날. 일본에서 전학 온 친구가 일본에 되게 잘생긴 애가 있다며 니가 지금 너네 오빠들을 좋아할 때가 아니라고 잡지를 쑥 내밀었는데 그게 타키와 탁구였다. 이게 누구냐 물으니까 일본에 이런 아이돌들이 있다면서 춤도 잘 추고 어쩌고 저쩌고 자랑하기에 우리 오빠들이 최고라며 되게 유치찬란하게 싸웠던 기억이 난다. 친했던 친구들 모두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한창 오빠타령하는 나한테 유치하게 그런거 좋아하지 말라고 한마디씩 더했던 상태라 되게 고깝게 들렸던 듯 하다. 아무튼 그 날 이후 20년이 넘게 나한테 쟈니즈는 타키와 스맙으로 대표되는 존재였다. 그 둘을 열렬히 좋아해본 적도 없고 내 오빠였던 적도 없지만 아이돌의 어떤 대명사같은 존재들. 아마 나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거라 예상해본다.
그랬던 절대 존재가 은퇴를 하고 후임 양성(?)을 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무언가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.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고 (난 왜 아이돌을 통해서 확인하는지...ㅠㅠ), 본인들이 누리던 걸 내려놓는 데에는 어떤 다짐을 했을까 궁금했고, 왜 지금일까 30대 후반이 갖는 의미는 뭔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. 특히 요즘 반갑지 않은 소식들이 난무한 가운데 그 소식의 대상자들과 더욱 비교가 되며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 한 줄의 뉴스. 밖에서 보면 고작 아이돌의 은퇴일 뿐이지만 일생을 아이돌 빠스니로 산 1인에게는 인생 전반을 생각하게 된 뉴스였다.
은퇴를 둘러싼 뉴스도 많고 소문도 많지만, 뭐가 됐든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건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. 어제 기사 수십개는 읽었는데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기사 제목은, 「東のタッキー、西のすばる」 Jr.の両雄は「明日に向かって」それぞれの道へ. 동쪽 타키, 서쪽 스바루 쥬니어의 두 영웅은 내일을 향해서 각자의 길에. 여기까지 적고, 제목을 뭐라 붙일까 한참 썼다 고쳤다 했는데, 안녕 그리고 안녕만큼 잘 어울리는게 없어서 노래제목이지만 써봤다. 원래 의미는 Hello and Good bye지만 나에게는 Good bye and Hello가 되겠네. 지난 20년의 즐거운 추억들에게 안녕을, 그리고 새로운 내일에 대해서 또 다른 안녕을 고하며. 앞으로 그 잘생긴 얼굴 볼 수 없어 아쉽지만 ㅠㅠ 선택한 새로운 길에서 모두 늘 행복하기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