기록의 이유
여기저기 널려진 일기를 모으다가 16년 일기 중 한 토막을 발견했다.
“새벽에 친구와 기록에 관한 흥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다. 나와 상반된 이유로 기록을 하는 친구는 기록 방식조차 정 반대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.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중요시하여 텍스트로 기록을 하는 나와는 달리, 친구는 자신이 행한 사실을 기록하고 싶어 카테고리화 시켜서 엑셀에 남긴다고 했다.
2016년 한 해, 살면서 가장 큰 성장통을 겪으며 기록을 거의 하지 못했다. 할 힘도 없었거니와, 그 아픔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애써 회피한 것도 있을 것이다. 하지만 회피할수록 내 생활은 더욱 심하게 망가져갔다. vicious circle 그 자체다”
글을 쓸 수 있을 때 부터 일기를 쭉 쓰다가 디지털화 하기 시작한 건 2002년 11월부터. 벌써 16년 동안 같은 곳에 일기를 적어서 내 자신에 대한 상당한 디비가 구축되었다. 그 와중에 2016년은 멘탈이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기억이 아예 통째로 사라진 느낌. 여튼, 나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에 하나는 단연코 덕질이고 내 일기장에서도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(현재도 여전히 기록 중). 각자 나름의 이유로 그 대상을 지지하고 좋아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덕질의 키워드는 성장이다. 함께 헤쳐나가고 성장하는 것. 힘든 일상에서 나에게 용기를 주는 오빠들의 모습. 그것이 나로 하여금 내 오빠들을 응원하게 하는 원동력이다.
하여, 하던대로 일기에 쭉 덕질 얘기도 적을까 하다가 지난 7월 15일부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만큼 따로 공간을 마련하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블로그를 새단장했다. 일본 트위터들을 보면 마토메 그 자체던데 나는 성격상 그러지 못하고 그저 그 때의 일들을 보며 내 생각 몇 자 주절거리는 것에서 끝나겠지만.
얼마나 오래 기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곳에 꾸준히 적어봐야지.